◆…권력기관 전략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열린'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기관별 보고를 받은 뒤 마무리발언에서 "지금까지 너무 잘해 왔지만 두려운 것은 법·제도적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또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검·경 수사권조정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지금까지 너무 잘해 왔지만 두려운 것은 법·제도적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또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기관별 보고를 받은 뒤 마무리발언에서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마치 물을 가르고 간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물이 합쳐지는, 또는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 가버리는 그런 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미 논의가 끝나고 법안까지 거의 마련되고 사개특위에서 구체적인 조문까지 다듬고 있으니 이 법안들이 꼭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제는 입법을 어떻게 이뤄낼 건가라는 입법전략회의가 필요하다"며 "혹시 입법이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도 함께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고 국회 입법 통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한 행정적 조치 등 우회적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쟁점이 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운영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는 분도 있고, 반면에 자치분권을 요구하는 분들은 자치경찰을 오래전부터 강력하게 요구해 오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은 가능하면 동시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권력기관 권한의 균형 측면에서 가급적 같은 시기에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을 하게 되면 경찰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는 건 사실이며, 그 점이 부각되면 국민적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균형을 위해서라도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해 비대해지는 경찰이 분산돼 경찰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자치경찰제를 우선적 과제로 보는 입장에서도 자치경찰이 먼저 시행되면 경찰 권한이 중앙경찰로서는 그냥 뚝 떨어져 나가는 것이어서 제대로 긍정적일 리가 없다"며 "그러면 자치경찰을 내놓는 대신 또 다른 경찰청 권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100% 완전한 자치경찰, 이렇게 곧바로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 입장에서는 자치경찰이 생기더라도 중앙경찰과 자치경찰을 합쳐서 경찰 총량은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치경찰을 한다고 또 다른 조직이 생기면 예산 소요 등이 더 부각할 수 있기에 가급적 초기 출범 단계에서 경찰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것 외에 경찰 총량은 변함이 없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광역단위 자치경찰이 될 경우 정치적 중립을 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도 일거에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그럴 만큼 경찰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영장청구가 헌법에 명시돼 있어 개헌하지 않는 한 영장청구 과정에서 필요한 만큼 사실상 수사지휘 같은 것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그래서 검찰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없어져도 사실상 영장을 매개로 지휘할 수 있고, 또 중요 사건에 대해선 직접 수사 기능을 갖고 있어 검찰로서는 오히려 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선 "공수처가 중요한데, 꼭 공수처는 아니라도 약간 다른 방식으로라도 거의 같은 효과를 거두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해서 다행스럽다"며 "언젠가 검찰·경찰이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그때는 공수처가 필요 없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도 말해 기관 설치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사정 역할 수행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와 관련 "박영선 사개특위 위원장께서 공수처가 아닌 경우에 현존하는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 두 개를 통합·기구화 된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말씀하신 것"이라며 "그 방안을 논의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가볍게 박 의원이 에피소드, 국회에서 일종의 협상 과정, 야당과의 협상 대화 과정을 얘기하시면서 하신 말씀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공수처가 진도가 나지 않으니 박영선 사개특위 위원장이 야당 의원과 얘기하면서 '이런 거라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으냐고 상의해 봤는데 효과가 없더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어서 그 방식에 무게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