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3분기 정유 빅4 영업이익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재고평가 이익에 석유 사업 실적 일제히 개선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 비정유 부문 약진
GS칼텍스, 여수공장 화재 여파…화학 사업 주춤

◆…2016~2017년 3분기 정유 빅4 영업실적 증감률.

21일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정유 4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 3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9821억원에 비해 141.3% 늘었다. 이는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부진했던 지난 분기 9779억원에 비해서도 142.3% 증가한 수준이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합계는 5조 6255억원으로 지난 한 해 5조 6852억원의 98.9% 수준까지 도달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해의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2017년 3분기 정유 빅4 영업실적.

◆…S-OIL 최근 3년 분기별 영업실적.

정유업계 빅4 중 3분기 이익이 가장 두드러지게 늘어난 회사는 S-OIL이었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8배 늘어 지난해 3분기 업계 2위였던 GS칼텍스와의 격차 2110억원을 253억원 수준까지 좁혔다. 순이익의 경우 4사 중 홀로 2배 이상 늘어 GS칼텍스를 제치는데도 성공했다.S-OIL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 2118억원, 영업이익 5532억원, 순이익 3987억원의 실적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76.1%, 순이익은 132.1% 증가했다. 전분기에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11.7%, 371.8%, 495.8%씩 늘어났다. 외형과 이익의 증가폭은 모두 4사 중 최대치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S-OIL은 3분기 우호적인 업황 흐름을 타고 공장을 최대 가동해 실적 개선의 효과를 봤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2분기 배럴당 3.8달러에서 3분기 5.5달러까지 늘어나자 정유 공장을 최대 가동했으며 지난 분기 정기보수를 마친 석유화학 부문 파라자일렌(PX) 공장 가동률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정제마진 강세는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최대 원유 생산·정유단지가 위치한 텍사스주를 강타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지역은 미국 정제시설의 1/4 가량이 모인 곳으로 하비로 인해 약 85%의 시설이 직·간접적으로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S-OIL도 이 덕에 2분기 정유 부문 849억 영업손실을 3분기 3364억원 이익으로 반전시켰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판매 극대화 전략도 효과를 봐 비정유 부문의 이익 비중이 늘었다. 비정유 부문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 비중은 64.0%로 지난해 말 56.8%에서 약 7.0%P 증가됐다. 정유 부문이 강세를 보인 3분기에도 비정유가 전체 영업이익의 39.2%를 이끄는 등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이노베이션 최근 3년 분기별 영업실적.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도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리며 업계 맏형다운 외형과 이익 규모를 유지했다. 이 회사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 7589억원, 영업이익 9636억원, 순이익 69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2% 늘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32.3%, 87.3%씩 증가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이 11.3%, 영업이익이 128.8%, 순이익이 138.4% 늘었다. 3분기 누적치도 매출액이 33조 7070억원, 영업이익이 2조 3891억원, 순이익이 1조 8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5%, 0.4%, 18.2% 증가한 실적을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도 양호한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다. 유가가 오르면서 미리 쌓아둔 원유 가치가 오르는 재고평가 이익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이 올해 안정적으로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말 43%에서 3분기 61.7%까지 치솟았다. 유가 변동에 따라 흔들리기 쉬운 정유 부문의 비중을 점차 줄이면서 에너지·화학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 견조하게 이어진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측은 "고부가 화학제품 중심으로 체질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화학 사업이 회사 내 최고 효자사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윤활유 사업도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바라보며 알짜 사업의 면모를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최근 3년 분기별 영업실적.

현대오일뱅크 역시 3분기에 작년보다 2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 3393억원, 영업이익 2747억원, 순이익 2020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2.5%, 영업이익이 121.7%, 순이익이 81.8% 늘어난 실적이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9.7%, 28.9% 증가했으나 매출만 17.7% 줄어들었다. 현대측은 "3분기 정기보수로 인해 지난 분기보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25일부터 약 한 달 간 3100억원 가량의 금액을 투자해 제2공장 등의 정기보수를 단행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으나 정기보수로 인해 허리케인 하비에 따른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비정유 부문의 약진이 돋보였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은 3분기 영업이익 544억원을, 쉘과 합작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은 328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31.7%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기여도는 20%에 불과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 부문 비중 확대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강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GS칼텍스 최근 3년 분기별 영업실적.

GS칼텍스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 336억원에 그쳤으나 3분기 4272억원으로 1170.6% 뛰었다. 비정유 부문인 윤활유 사업도 3분기 영업이익 584억원을 거둬 2분기 514억원에 비해 13.6% 늘어난 규모로 기록됐다.

화학 사업은 3분기 영업이익 929억원으로 2분기 1249억원 대비 25.7% 감소했다. GS칼텍스측은 "제품 스프레드 하락 등에 따라 석유화학 부문 실적이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여수공장 화재로 제2아로마틱스 생산라인이 일시 가동 중단된 여파도 석유화학 부문 실적에 미쳤다.

3분기 화학 사업의 타격에도 비정유 부문의 이익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비정유 부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325억원으로 전체 1조 3734억원 가운데 38.8% 비중을 차지해 지난해 말 35.6%에 비해 3.2%P 올랐다. GS칼텍스는 비정유 부문이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업 다각화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점차 힘을 받는 모습이다. 허진수 회장은 올 초 경영전략팀을 없애고 미래전략팀을 신설한 뒤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정유사들은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분기 난방유 성수기에 돌입했고 유가도 감산안 연장으로 지속적인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제마진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OIL측은 "아시아 지역내 수요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양호한 정제마진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